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자녀인 한방병원 프랜차이즈 업체 광덕안정의 최고경영자가 259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씨가 2020년 8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개업 예정인 한의사와 치과의사들의 통장에 회사 자금을 임시로 송금해 거액의 잔고증명서를 만들어낸 뒤, 이를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 신청 시 자기자본 증빙서류로 활용하게 한 행위가 명백한 기망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런 방식으로 총 35차례에 걸쳐 획득한 보증서 규모는 259억원에 달한다.
엄기표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신보의 예비창업지원제도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단순한 제도 허점 악용이나 윤리적 문제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해당 정책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히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신보를 속여 보증서를 갈취하려는 고의와 불법영득 의도가 명확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씨와 함께 범행을 주도한 광덕안정 임원 박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고 편취 금액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성실한 출석 태도를 보였고 항소심에서 법리적 쟁점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즉시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프랜차이즈 지점 운영자들과 기타 임원 19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부터 2년 6개월까지 다양한 형량에 집행유예 2년에서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국가 정책금융 보증시스템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개인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적극 가담했다"며 "단순한 방조 수준을 넘어 은밀한 공모관계를 형성했다"고 비판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보증제도는 한의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창업할 때 본인 자본금과 같은 액수를 최대 10억원 한도 내에서 100% 보증해주는 정책이다. 5억원 이상 고액 보증을 받으려면 자기자금, 소요자금, 사업성 평가 등 모든 항목에서 최소 5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개업 준비생들은 광덕안정으로부터 받은 일시 대여금으로 허위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해당 자금은 즉시 회사에 반납하고, 잔고증명서만을 신보에 자기자금 입증자료로 제출했다. 광덕안정 측은 자금 출처를 은폐하기 위해 개업 준비생들에게 보증심사 면접에서 사용할 거짓 답변을 미리 교육하고, 송금자 명의도 부모나 배우자로 허위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창립된 광덕안정은 현재 전국 40여 개소의 가맹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주씨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의 자녀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해당 의원과 이번 사건 간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