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석 경사, 고립자 만난 후 최소 55분 생존 확인"…해경 사고보고서 허위 작성 시인

2025.09.17
"고 이재석 경사, 고립자 만난 후 최소 55분 생존 확인"…해경 사고보고서 허위 작성 시인

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34) 경사가 요구조자와 조우한 뒤 최소 55분간 바다 위에서 버티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이 당초 발표했던 최종 포착 시점보다 22분이나 늦은 시간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해경 측이 공식 시인한 보고서 오류로 인해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17일 설명자료를 통해 "드론 촬영 영상과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을 재분석한 결과, 이 경사가 드론에 최종 확인된 시각은 지난 11일 오전 3시 49분경"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경이 근무일지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고보고서에 기재된 '오전 3시 27분 위치 소실' 내용과 상이한 것이다.

당시 무전 기록을 살펴보면 파출소 직원이 "재석이와 요구조자의 움직임이 확인된다"며 "현재 물에 떠있는 상태"라고 보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54분 고립자를 발견한 이후 한 시간 가까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셈이다.

해경 측은 "정확한 시각과 오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외부 독립조사기관에서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발표로 해경의 '단독 출동', '근무일지 조작 의혹'에 더해 상황 파악과 보고 체계까지 전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 경사가 추가로 생존해 있던 22분 동안 지휘부와 현장 요원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향후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당일 영흥파출소는 행락객과 낚시객 증가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측하고 긴급상황 대비 즉응태세 유지를 지시사항으로 명시했음에도 2인 1조 원칙을 무시했다.

당시 총 6명의 당직자 중 4명이 규정을 초과한 휴식시간을 동시에 부여받아 이 경사와 팀장만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경사 실종 이후 실질적 구조장비 투입까지 40분가량 소요되는 등 늑장 대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상 순찰차 예비키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무전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현장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인천해양경찰서 이광진 서장과 영흥파출소장, 당시 당직팀장 등 관련 간부 3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