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군사적 대립과 분단의 현장이었던 의정부 소재 미군기지 캠프 라과디아 부지에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가 15일 개관했다. 1951년부터 미 2사단 공병부대가 주둔했던 이 5만1510㎡ 규모의 기지는 2007년 한국에 반환된 후, 이제 남북화해와 통일교육의 거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개관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강·박지혜 국회의원, 김동근 의정부시장, 조성환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 그리고 북한이탈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사회통합의 새출발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 지사는 환영사에서 "경기도가 북한 접경지역으로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산 지 80년이 흘렀다"며 "과거 중장비와 무기로 가득했던 군사시설이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공간으로 변모한 것이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지난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었지만, 경기도는 꾸준히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준비해왔다"며 "새 정부의 평화지향적 정책에 발맞춰 국정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페이스메이커' 구실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현실적 어려움에 주목했다. 그는 "전국 탈북민 3만4000명 중 약 1만 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존을 위해 왔던 이들이 이곳에서 절망하는 것은 최대의 비극"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일플러스센터의 핵심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 148억원(국비 41억9000만원, 도비 106억1000만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 2083㎡에 달한다. 평화라운지, 전시체험관, 공연장, 하나센터 등 다채로운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인천(2018), 전남(2023), 강원(2024)에 이어 네 번째로 설치된 권역별 통일플러스센터이다.
개관식 중에는 의미 있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정 장관이 김 지사에게 경기도 형태의 퍼즐 조각을 건네고, 김 지사가 이를 한반도 지도의 해당 위치에 맞추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는 접경지역인 경기도가 '통일 완성의 마지막 조각'이 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양 기관은 이날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 적응지원센터 운영, 통일·북한 관련 자료 제공, 평화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경기도는 지역주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 민관협력 네트워크 구축, 홍보활동을 맡아 센터의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앞으로 이 센터를 도민 누구나 평화·통일 관련 학습과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과거 대립의 현장이 화해와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