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내년 생활임금 연이어 발표, 최저임금 대비 13-17% 높은 수준

2025.09.16
지자체들 내년 생활임금 연이어 발표, 최저임금 대비 13-17% 높은 수준

경기도와 제주도 등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2026년도 적용 생활임금을 속속 확정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정부 최저임금보다 상당폭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 10일 생활임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1860원으로 의결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현재 대비 2.9% 오른 금액으로, 정부가 고시한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을 1540원 웃도는 약 15% 높은 액수다. 월급 환산 시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247만8740원에 달해 올해보다 6만8970원 증가한다.

같은 경기도 의왕시 역시 15일 생활임금위원회를 개최하여 내년 생활임금을 1만171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1만1480원에서 230원(2.0%) 상승한 것으로, 최저임금의 113.5% 수준인 월 244만9480원을 보장하게 된다. 이 결정사항은 시 직접고용 직원뿐만 아니라 국·도비 지원 채용자에게도 확대 적용된다.

제주자치도는 더욱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제주도 생활임금위원회는 8개 인상안을 검토한 후 위원 만장일치로 내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211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1만1710원에서 3.5% 오른 것으로, 최저임금보다 1790원(17.3%) 많은 월 253만990원 규모다.

각 지자체는 생활임금 산정 과정에서 소비자물가 증가율, 가계지출 규모, 공무원 급여 인상률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적용 범위는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지자체 소속 직원과 출자·출연기관 근무자, 민간위탁 및 공공근로 참여자 등이다. 단, 이미 생활임금 이상을 받거나 임시 고용된 근로자는 예외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이번 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의 안정된 생활과 삶의 질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성제 의왕시장도 "근로자가 교육·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식업과 편의점업계를 중심으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최근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특정 산업에 더 높은 임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각종 고정비용과 함께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는 '이중 압박' 상황을 우려한다고 토로했다. 매출 회복이 더딘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 시 직원 감축이나 운영시간 단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24시간 운영이 기본인 편의점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급제 아르바이트생 위주로 돌아가는 업계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주휴수당, 야간수당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 인상 취지는 좋지만 영세 사업자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며 "당장 이달 급여도 빠듯한 현실에서 인건비를 맞추지 못하면 법적 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업체들은 키오스크와 서빙로봇 같은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인력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고용 축소나 폐점까지 고려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