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관계 폭력 피해자 급증에 따른 정부 지원 확대, 내년 예산 453억원 편성

2025.09.16
친밀관계 폭력 피해자 급증에 따른 정부 지원 확대, 내년 예산 453억원 편성

전 연인이나 배우자 등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피해자들이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가 관련 지원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2026년도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을 올해 425억원보다 28억6000만원 늘어난 453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친밀관계 폭력으로 인한 경찰의 안전조치 대상자가 2020년 8468명에서 2024년 2만3089명으로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의 86%가 여성으로,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여성 피해자인 상황이다.

여가부는 증액된 예산을 통해 여러 분야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가정폭력상담소와 보호시설,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에 23억3000만원을 투입한다. 또한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안전장비 지원에 1억5000만원을 새롭게 배정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긴급 주거지원을 받는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들에게 개인 휴대용 보호장비가 제공된다. 위급 상황에서 지인에게 위치를 알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휴대용 비상벨과 자기방어를 위한 호신용 스프레이 등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는 보호시설 이용자들이 직장 출퇴근 등으로 시설 밖에서 활동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보호시설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는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녀도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가족보호시설 확충에 1억7000만원이 투입되며, 사생활 보호를 위한 1인실 설치 등 시설 개선에도 같은 금액이 배정된다. 폭력 피해자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노후시설 환경 개선도 추진된다.

정부는 기존에 분리 운영되던 긴급 주거지원과 치유·회복 프로그램을 통합해 피해자에게 상담부터 회복까지 연계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국회에서 2023~2024년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주거지원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개선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근거 부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이 없어 경찰이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민경 여가부 장관은 "스토킹과 교제폭력은 피해자의 신변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는 범죄"라며 "이번 예산 확대를 통해 피해자 안전에 중점을 둔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