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이 직접 설립한 개인 기획사들이 법정 의무인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이행하지 않은 채 수년째 운영돼온 실태가 연이어 공개되며 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배우 강동원, 트로트 가수 송가인, 가수 김완선 등이 운영하는 소속사들이 관련 등록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가수 성시경과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소속사 역시 동일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강동원은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된 후 2023년 설현정 대표와 함께 'AA그룹'을 창설했다. 설 대표와 의류 브랜드 사업까지 동시에 전개하며 활동 범위를 확대해왔으나, 해당 법인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목록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송가인은 작년 9월 '가인달엔터테인먼트'를 창립했다. 법인 등기부상 친형인 조성재 씨가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홍보 및 대외 업무는 제이지스타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가인달엔터테인먼트 또한 등록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김완선은 2020년 팬클럽 운영진과 공동으로 '케이더블유썬플라워'를 설립해 활동해오고 있다. 등기부상 대표자는 김완선 본인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송가인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제이지스타 측 관계자는 "등록 의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당일 중으로 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표명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규정에 의하면 법인 또는 1인을 초과하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활동하는 연예인은 필수적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등록을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나 관련 교육과정 이수 ▲대표자 및 임원 결격사유 검토 ▲성범죄·아동학대 이력 조회 ▲독립적인 사무소 확보와 임대차계약서 제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등록이 거부되거나, 이미 등록을 완료했더라도 실태조사를 통해 등록 취소 및 행정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등록 업무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며 처리 소요시간은 약 15일이다. 사업자등록증 사본, 법인 등기부등본, 사무실 임대차계약서, 성범죄경력조회 동의서 등 다양한 서류가 필요하다. 등록증 교부 이후에도 매년 법정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이 지속된다.
이 제도는 2009년 연예계 전속계약 분쟁과 연예인 사망 사건을 계기로 도입되었다. 연예인 권익 보호와 산업 투명성 확보, 기획사 난립 방지가 목적이다. 2014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되었으며, 등록 없이 매니지먼트 영업을 진행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성시경과 옥주현 소속사도 미등록 운영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자 "법령에 대한 인식 부족"을 이유로 사과하며 뒤늦게 등록 절차를 밟았다. 성시경은 친누나가 대표로 있는 에스케이재원을 통해 2011년부터 활동했지만, 10년 넘게 미등록 상태였다. 옥주현 역시 2022년 설립한 TOI엔터테인먼트를 등록하지 않은 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동원, 송가인, 김완선 등 추가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업계 전반에 '묵인된 관행'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1인 기획사는 가족이나 지인을 대표로 세워 형식적으로만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등록은 누락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등록을 철저히 지킨 기획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계약의 법적 효력에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사실상 업계에서 묵인되어 온 관행"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월 31일까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일제 등록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자율 정비를 독려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계도기간은 업계가 스스로 법적 의무를 점검하고 등록을 마칠 수 있는 기회"라며 "투명하고 합법적인 매니지먼트 환경을 만들어 대중문화예술인을 보호하고 산업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커지자 국세청도 일부 연예인 기획사의 조세 탈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과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게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 당국은 미등록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 구조와 세금 납부 여부를 정밀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이 법은 기획사가 횡령이나 사칭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마련된 안전장치"라며 "몰랐다고 해서 위법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 의무 확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이미 유사 사례에서 제재받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