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7)가 오는 11월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7년 만에 언론과 만났다. 18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제는 완전함을 좇기보다 나만의 음악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정경화가 카네기홀에 다시 서는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카네기홀은 자연스럽고 섬세한 소리가 끝까지 전해지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금실 같은 현의 한 가닥 한 가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려는 꿈을 실현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이번 무대에서 정경화는 '영혼의 파트너'라고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슈만, 그리그, 프랑크의 낭만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던 케너는 정경화와 2011년 첫 듀오 무대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연주자는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다. 정경화는 "내가 직관적이고 순간적이라면 케너는 깊이 사색하는 학자형 인물"이라며 "성향이 다른 우리가 음악 해석을 나누면 균형이 잘 잡힌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케너 역시 "정경화의 음악성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느낄 때 경외심과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한다"고 화답했다.
정경화는 동생 정명훈이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소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휘자는 백여 명의 음악인들을 이끌고 노래와 악기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가장 어려운 음악인"이라며 "동생의 성취를 보면 저 자신이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과거 LA 필하모닉을 지휘한 동생과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했을 때 8차례나 기립박수를 받았던 경험도 소개했다.
7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경화는 "젊었을 때는 청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은 보랏빛으로 염색한 머리카락과 보라색 리본이 달린 신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끝까지 자신만의 화풍을 고수하며 인생 마지막에 기막힌 작품을 남겼듯이, 젊은 음악가 중에서는 임윤찬이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후배들의 개성 추구를 격려했다.
2027년 데뷔 60주년을 맞이하는 정경화는 슈만의 다른 작품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체력을 기르고 내년에는 슈만의 다양한 곡들을 조금씩 선보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미주 투어에 앞서 21일 고양,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6일 통영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