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사투리는 못 참지!' 특별전시 개최…소멸위기 제주어 보전 조명

2025.09.18
제주서 사투리는 못 참지! 특별전시 개최…소멸위기 제주어 보전 조명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된 제주어의 보전 가치와 전국 방언의 풍부한 다양성을 조명하는 대규모 특별전시가 제주에서 막을 올린다.

제주특별자치도 돌문화공원관리소와 국립한글박물관이 협력해 마련한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가 오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설문대할망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새롭게 문을 연 설문대할망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첫 번째 기획전시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올해 선보인 동명의 기획전을 제주 지역 특성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최초의 방언 및 제주어 전문 전시회다. 문헌과 신문, 음성과 영상 등 방언 관련 자료 120여 점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 언어문화의 깊이와 폭을 보여준다.

전시 구성은 크게 세 개 영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영역 '이 땅의 말'에서는 '보통학교 조선어사전'(1925년)과 '한글마춤법통일안'(1933년) 같은 역사적 문헌을 통해 시대에 따른 방언 인식 변화를 추적한다. 또한 전국 각지 사투리 화자들의 생생한 음성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 지역별 언어의 고유한 맛을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영역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1926년)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8년) 등 방언이 담긴 문학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울러 한국인이 기록한 타 지역 방언과 외국인이 남긴 방언 관련 기록들을 통해 방언 속에 스며든 삶의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세 번째 영역 '바람과 돌이 만든 제주어'는 이번 전시의 핵심 부분으로,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언어적 특성을 깊이 있게 다룬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남과 산북, 동촌과 서촌으로 구분되는 지역별 언어 차이를 현지 화자들의 음성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다.

특히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지켜온 연구자들의 헌신적 노력에 주목해 '제주도방언집'(1947년), '제주방언 조사 카드'(1950년대), '제주방언연구'(1960년) 등 귀중한 연구 성과물들을 공개한다. 동시에 제주어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도내 각종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상도 소개한다.

관람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제주어카드'를 활용한 제주어와 팔도 방언 맞추기, '제주어 능력고사'와 '사투리 능력고사' 등을 통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언 지식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2시에는 전시관 로비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과 가수 양정원이 제주어로 부르는 노래로 특별한 축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유네스코가 2010년 '심각한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한 제주어 보전에 대한 관심과 우리의 소중한 언어 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전시가 제주 지역의 독특한 언어문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말의 풍부한 다양성을 지역 공동체와 함께 공유하는 뜻깊은 무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