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인공지능 기업 xAI에서 경영진의 대량 퇴사가 이어지며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핵심 인사들이 머스크의 핵심 측근들과의 갈등을 이유로 연쇄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퇴사행렬에는 엑스 플랫폼 CEO를 역임했던 린다 야카리노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 마이크 리버라토레, 구글 출신 공동창립자 이고르 바부슈킨, 법무담당 로버트 킬 등 회사 운영의 핵심축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대거 이탈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닌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퇴사한 경영진들은 재러드 버챌과 존 헤링이라는 머스크의 최측근 자문관들과 심각한 의견 대립을 겪었다. 이 두 인물이 머스크를 대리해 회사의 일상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에서, 정식 임원들은 명확한 권한 체계의 부재를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자문관들의 과도한 개입이 실질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재정 운영에 대한 우려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전직 임원들은 회사의 재무 계획과 모델링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머스크의 패밀리오피스인 엑세션을 통한 자금 관리 방식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금 흐름과 회계 처리 절차에 대한 내부 감시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머스크측 법률대리인 알렉스 스피로는 재무 운영 부적절성 주장을 "허위이며 명예훼손적"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그는 회사 재무제표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정식 감사를 받고 있으며, 투자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xAI는 1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하며 테네시주 멤피스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엑스 플랫폼과의 합병을 통해 약 1130억달러의 기업가치 달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세워두었다. 현재 두 번째 멤피스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 블랙웰 칩 55만개가 투입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챗봇 그록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선두 주자인 오픈AI나 앤스로픽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유료 고객 확보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GPU와 관련 장비에 대한 막대한 지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를 통한 50억달러 회사채 발행과 스페이스X로부터의 20억달러 지원 등 다각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구축은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머스크는 최근 전체 xAI 직원들에게 지난 4주간의 성과와 향후 4주 목표를 한 페이지로 정리해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과거 엑스 직원들이나 정부효율부 공무원들에게도 유사하게 요구했던 방식으로, 그의 일관된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탁월한 엔지니어이며, 그록을 거의 매일 활용하고 있다"며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xAI 내부의 구조적 갈등과 경영진 이탈 사태는 머스크의 비전 실현에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