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미공개 처녀작 원고가 뒤늦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시간 21일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울프가 1907년 집필을 마친 소설 '바이올렛의 삶'이 오는 10월 7일 정식 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울프가 25세 때 완성한 것으로, 그동안 최초 작품으로 알려져 있던 '출항'보다 무려 8년이나 앞선 시기에 쓰여진 것이다. 거대한 체구의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코믹한 성격의 단편 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울프의 절친이었던 바이올렛 메리 디킨슨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학계에서는 뉴욕 공립도서관에 보관된 기초 구상안만을 근거로 울프가 이 작품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추정해왔다. 하지만 테네시 대학교의 우르밀라 세샤기리 교수가 울프의 자서전적 산문을 연구하던 중 영국 남부 워민스터 근교의 한 귀족 가문 저택에서 완성된 타이핑 원고를 우연히 찾아내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이 가문은 울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롭게도 이 초기 작품에는 훗날 울프 문학의 핵심 모티프들이 이미 배어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빅토리아와 동료들이 "개인적인 오두막집을 소유한다면 얼마나 멋질까"라고 대화하는 부분은 1929년 발표된 유명한 페미니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의 사상적 출발점을 보여준다.
울프가 왜 생전에 이 소설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다. 세샤기리 교수는 "이번 발견을 통해 울프를 단순히 우울하고 진중한 주제에만 천착한 작가로 보는 시각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전체에 걸쳐 그녀 특유의 위트와 유머러스함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