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美 강경 요구 수용했다면 나는 탄핵감"

2025.09.18
이 대통령 "美 강경 요구 수용했다면 나는 탄핵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벌어진 치열한 막후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사항들에 대해 "그런 조건들을 받아들였다면 내가 탄핵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달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과 관련해 "미국 협상진이 펀드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라거나 투자 손실을 모두 한국이 떠안으라는 식으로 압박해왔다"며 "내가 그런 조건에 서명했다면 국내에서 탄핵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측 협상팀에게 보다 상식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이전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농담으로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현재 아무런 대가 없이 해당 토지와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데, 만약 소유권을 갖게 된다면 오히려 재산세 납부 의무가 생긴다"며 "우리가 그에 대한 세금 면제를 해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농담섞인 답변을 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핵무기를 그대로 인정하거나 완전 폐기를 요구하는 극단적 선택이 아닌, 절충점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며 "핵개발 중단, 단계적 축소, 최종 비핵화라는 3단계 로드맵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단계마다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 문제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온다면 그 영예를 받을 만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일 것"이라고 답했다.

기존의 '안미경중' 구도 탈피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에서 과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미동맹을 토대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현명하게 관리하는 균형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리적 인접성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비현실적"이라며 "양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불참과 관련해서는 "중국 측에서 참석을 희망하는 듯했지만 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웃으며 답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외견상 예측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결과지향적이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패배를 원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