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가 16일 서울에서 마무리되며, 21개 회원경제 간 보건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장관급 국제보건회의로 주목받았다.
이번 성명서는 '연결·혁신·번영: 건강하고 스마트하며 고령화 대응 사회 구축'이라는 슬로건 아래 10개 핵심 목표와 20개 세부 과제를 담았다. 회원경제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화 증진에 합의했다. 특히 노년층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경제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이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도 주요 합의사항이다. 회원경제들은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조기 발견, 진단, 치료 개선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AI의 혁신적 잠재력을 인정했다. 동시에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의 위험과 기회를 모두 고려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통신기술 보안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기반 통합 돌봄 서비스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 분절된 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의 연속적 돌봄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돌봄이 필요한 개인들, 특히 취약계층이 자신의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 확충에도 힘을 모았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이를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보장과 예방적·증진적 접근을 지지하기로 했다. 각 경제체는 지역사회 환경에서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늘리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며, 조기 개입에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보건의료 공급망 안정화와 관련해서는 진단기기, 백신, 치료제 등 필수 의료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조달 다변화와 인프라 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암 관리 분야에서는 예방부터 완화 의료까지 통합적 접근을 재확인하고, 자궁경부암 퇴치 프로그램 추진에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환경적 위협에 대한 보건의료체계의 회복력 강화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회원경제들은 극심한 기상이변이 세계 보건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인식하고,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대응 전략 수립에 동의했다.
미래 공중보건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서는 인간, 동물, 식물 건강 및 환경 간 상호의존성을 다루는 다분야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보건 비상사태에 대비한 조정된 감시 시스템과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부문 간 공동 노력도 지지하기로 했다.
정은경 의장은 "21개 회원경제가 하나의 목소리로 담아낸 이번 공동성명서는 향후 아시아태평양 보건협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48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단독 세션을 주관하여 AI 기반 암 진단과 정밀의료의 혁신 가능성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