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 2.5 딥 싱크'가 세계 최고 권위의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금메달급 성취를 이뤄내며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추상적 사고능력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17일 자사의 AI 모델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2025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대회(ICPC) 세계결선'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103개국 3천여 개 대학에서 선발된 139개 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제미나이는 12개 과제 중 10개를 해결해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미나이가 대회 개시 45분 만에 8개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내며 압도적인 처리속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 참가자들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C번 문제'를 단독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복잡한 액체 유량 분배 최적화를 다루는 고난도 과제로,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탐색해야 하는 것이었다.
제미나이는 '저수지 우선순위 값'이라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도입해 이 난제를 동적 프로그래밍으로 단순화하고, 미니맥스 정리와 삼중 탐색 기법을 조합해 최적해를 찾아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각각 솔루션을 생성하고 검증하며 반복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식을 활용한 결과였다.
ICPC는 단순한 코딩 능력이 아닌 심층적인 추상적 추론과 창의성, 새로운 해결방안을 종합하는 '진정한 독창성'이 필요한 대회로 평가받는다. 고등학교 수준인 국제수학올림피아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경쟁이다. 상위 4개 팀만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제미나이는 세계 최상위 20위권 프로그래머와 동등한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사전 훈련과 사후 훈련, 혁신적인 강화학습 기법, 다중단계 추론, 병렬적 사고 등 구글이 축적해온 AI 기술력이 집약된 산물이다. 지난 7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수준 점수를 받은 지 불과 2개월 만의 또 다른 쾌거다.
빌 파우처 ICPC 글로벌 총괄 디렉터는 "제미나이가 이 영역에 참여해 금메달급 결과를 달성한 것은 차세대 AI 도구와 학문적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 연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지털 르네상스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오픈AI 역시 GPT-5와 비공개 추론 모델을 동원해 이번 경쟁에 참여했으며, 12개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완벽한 성과를 거뒀다. AI 업계 양강 구도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취가 프로그래밍 영역을 넘어 신약 개발,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과학·공학 분야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인류가 직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협업 파트너로서 AI의 역할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