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상황에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패션업계가 중고거래 시장을 주도하며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달 출시한 '무신사 유즈드'가 론칭 2주 만에 판매자 수 1만명을 넘어서며 중고 패션 상품 누적 6만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중고 플랫폼과 달리 C2B2C 방식을 도입해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F는 이달 자체 브랜드 중고 상품 거래 플랫폼 '엘리마켓'을 출시했다. 고객이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물품 회수부터 검수, 매입가 책정, 등급 분류, 보관, 재판매까지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한다. 중고 의류를 제공한 고객에게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엘리워드'를 지급해 고객을 자사 생태계 내에서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패션 리세일 플랫폼 차란도 브랜드 제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8월 정식 서비스 시작 후 현재 누적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최근 B 투자 라운드에서 168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러한 리세일 붐의 중심에는 실용적 소비를 선호하는 Z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3~59세 1000명 중 78%가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8%로 가장 높았고, 10대 64%, 30대 62%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직접 중고거래 시장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한계점이던 신뢰성과 편의성 문제가 상당히 개선됐다. 개인 간 거래에서 자주 발생하던 가짜 상품이나 사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1.8%가 '향후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판매하는 채널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답했으며, 64.1%는 '패션 브랜드가 자사 중고 의류를 직접 판매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리세일 시장은 K-콘텐츠 인기와 함께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역직구 수요 증가와 더불어 중고 상품을 찾는 해외 소비자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고, 거래 건수도 345% 늘었다. K-팝 아이돌 포토카드 거래가 가장 활발했으며, 인형·피규어, 의류·패션잡화 등 'K' 관련 중고 상품들도 인기 품목에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안전한 중고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18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건전한 중고 단말 유통 환경 조성 및 디지털 혁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안전한 중고폰 거래 환경을 만들어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디지털 혁신 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 주요 협력 분야는 건전한 중고 단말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한 이용자 보호 및 권익 증진, 분실·도난 단말 거래 방지 체계 마련, 디지털 혁신 사업 공동 추진 및 교류 활성화 등이다.
중고나라는 플랫폼 내 '중고폰 안심거래 인증제도'와 '중고 단말 거래사실 확인 서비스' 안내를 강화하고, 인증 받은 사업자의 상품 노출을 확대해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중고 단말 거래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리세일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 35조원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주도의 중고 사업은 거래 안전성과 신뢰를 보장할 수 있어 리세일 산업 구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리세일 분야가 내수 시장을 넘어 역직구 시장으로 확장되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