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마약중독 치료제 개발 촉진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 필요성 제기

2025.09.17
산·학·연, 마약중독 치료제 개발 촉진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 필요성 제기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개최된 '마약중독 치료의 현황과 국가 주도 치료제 확보 필요성' 정책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중독 치료약물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복약 편의성과 안전성을 갖춘 중독 치료약이 도입되면 전국 가정의학과에서 가장 큰 수요를 보일 것"이라며 "중독 치료약의 대상을 '마약중독'으로만 한정해 시장 규모를 작다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국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마약중독 환자의 70% 가량이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천참사랑병원을 이끄는 천 원장은 현재 임상현장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마약중독 치료약으로 메타돈, 부프레노르핀, 날트렉손 등이 널리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메타돈과 부프레노르핀이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라는 이유로 통증 치료용으로만 처방이 허용되고 중독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만이 중독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으나 이 역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천 원장은 "환자들에게 경구형 날트렉손을 매일 복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복약 순응도가 극히 낮다"며 "미국에서 출시된 월 1회 투여 날트렉손 주사제 '비비트롤'을 국내에 도입해달라고 제약업계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 경구용 날트렉손만 사용 가능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박선영 중독정신과 과장은 마약중독 치료약의 국내 도입이 부진한 배경에는 사회적 인식 문제가 크다고 진단했다. 박 과장은 "중독 치료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으로는 중독을 '의지력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완전한 금주, 완전한 단약만을 치료의 유일한 목표로 착각하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날트렉손 같은 치료약은 음주를 완전히 중단했을 때 이를 보조하는 효과보다는 음주 욕구가 생기거나 한 잔을 마신 후 더 마시고 싶은 충동을 차단하는 효과가 더 크다"며 "매일 음주나 마약 투약을 하던 사람이 치료약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빈도가 감소했다면 이것 역시 중독 치료의 성공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서정석 이사장은 "'독을 독으로 다스린다'는 이이제독 개념으로 중독 치료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 치료제도 임상 현장에서는 필요한 경우가 있으나 이에 대한 연구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 중독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에서는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의 김주희 대표는 "마약중독은 이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공중보건 위기"라며 "공공 치료제 확보와 국가 주도의 체계 구축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SUPPORT Act를 통해 메타돈·부프레노르핀·날트렉손 치료를 메디케이드로 보장했고, 프랑스는 약국 조제 확대로 과용량 복용 사망률을 79% 감소시켰다"며 "우리나라는 보험 적용과 치료 인프라가 부족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은 현재 비비트롤의 한계점을 보완한 날트렉손 성분의 월 1회 투여 주사제 IVL3004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사의 약물전달시스템 플랫폼을 활용해 날트렉손뿐 아니라 부프레노르핀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동물실험에서 좋은 효과를 확인했으나 사업성을 고려해 본격적인 임상 단계로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수요가 있고 국가적으로 다양한 치료제 확보가 필요하다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수진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정부나 투자업계의 투자 없이 기업이 먼저 신약개발에 투자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마약·알코올 중독의 경우 다른 질병과 달리 환자가 스스로 치료제를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 수 있어 중독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독 치료제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마약중독 치료·재활 인프라와 전문 인력 확보, 마약중독 연구 예산 및 정부 주도 시스템화, 개발 관련 규제 완화와 국내 약가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약가 지원 확대와 경제적 접근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제 도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 향상과 재범·재발 예방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2023년 마약사범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제 중독자는 최대 80만명에 달할 수 있다"며 "청년·여성층 확산이 뚜렷한 만큼 예방과 조기 개입 중심의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