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퀀텀모션이 기존 스마트폰 및 CPU 제조와 동일한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혁신적인 실리콘 양자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16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00mm 실리콘 CMOS 공정으로 제작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영국 국가양자컴퓨팅센터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기존 양자컴퓨팅 시스템들이 초전도체나 이온 트랩, 광자 기반의 특수한 실험 장비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퀀텀모션의 솔루션은 일반적인 모바일 기기나 프로세서 생산에 사용되는 표준 반도체 제조 기술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를 통해 양자기술이 실험실 차원을 넘어 산업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새롭게 공개된 시스템은 전자의 스핀을 기반으로 한 큐비트 기술을 실리콘 트랜지스터 구조에 통합시켜 구현됐다. 이는 기존 반도체와 유사한 구조와 동작 메커니즘을 지니면서도 양자 연산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연산용 양자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제어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까지 포함한 완전한 풀스택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실용성을 높였다.
이 시스템은 IBM의 키스킷이나 구글의 써크 등 업계 표준 양자 개발 프레임워크와도 완전히 호환되며, 19인치 표준 랙 3개 규모로 구성되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환경에서도 운용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임스 팔레스딤목 퀀텀모션 CEO는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팅의 실리콘 모먼트를 의미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확장성이 뛰어난 표준 실리콘 공정을 통해 대량생산 가능한 견고하고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양자기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울-판교-대전을 잇는 250km 규모의 양자기술 시험망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단일광자검출기 기반 액체생검 실증 프로젝트를 2년간 14억9300만원을 투입해 추진한다.
호주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칩 '마요라나 1' 개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글로벌 양자컴퓨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이어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학계 연구 성과가 기반이 되어, 현재는 다양한 양자 스타트업들이 국방부 및 민간 분야에서 주목받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