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투자했는데"…가성비 외식 대란에 벌써 '적자 우려' 폭증

2025.09.14
"10억 투자했는데"…가성비 외식 대란에 벌써 적자 우려 폭증

장기화된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외식 패턴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1만~2만원대 샤부샤부 뷔페와 저렴한 한우 프랜차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갑 사정이 어려워진 고객들이 합리적 가격의 무제한 샤부샤부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우 매장으로 몰리자, 외식업계는 이런 니즈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매장 확장 전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유통업계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100여 개소에 그쳤던 샤부샤부 뷔페 매장이 올해 300개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3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명륜진사갈비로 유명한 명륜당 계열사 올데이프레쉬의 '샤브올데이'다. 작년 7월 첫선을 보인 후 현재 162개 매장을 확보했으며, 연내 200호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저가 한우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그맨 이상준이 운영하는 '꾸석지 돌판한우'는 가맹사업 개시 5개월 만에 220개 가맹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1등급 한우를 100g당 8800~9800원에 제공하며 기존 한우의 고급 이미지를 대중적 가격대로 끌어내린 전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박리다매'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낮은 단가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높은 회전율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지만, 특히 샤브올데이처럼 100평 이상 초대형 매장을 선호하는 경우 막대한 고정비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초기 투자금만 10억원을 넘나드는 데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정 매출 수준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위험이 크다. 오픈 직후 호기심으로 몰리는 '신규 개점 효과'가 시들해지면 투자 원금 회수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무분별한 확장 경쟁에 대해 "속도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불황 시기에 가성비 중심의 외식 트렌드가 부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장 확장 속도가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압도하게 되면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샤부샤부 뷔페는 높은 고정비와 식자재 회전 속도가 핵심 변수인 만큼 안정적인 고객 유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는 "가맹점 수 늘리기보다 기존 매장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고객 신뢰도와 재이용률을 높이는 운영 노하우 없이는 장기 생존이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출점 포화 현상으로 상권 중복이나 내부 경쟁 심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가맹점 폐점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샤부샤부와 저가 한우 매장의 평균 마진율이 30% 미만인 상황에서 매출이 20~30%만 줄어도 운영에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성비 외식 프랜차이즈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확장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체계적인 운영 관리와 차별화된 메뉴 경쟁력, 고객 충성도 확보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성비 마케팅은 일회성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