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주요 기업집단의 시가총액도 급격히 팽창했다. 올해 들어 30대 그룹의 전체 시총이 600조원에 가까운 증가폭을 보이며 40%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30대 그룹 상장기업 21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1월 2일 1천500조2천219억원에서 9월 10일 2천99조8천306억원으로 늘어났다. 동일한 기간 국내 전체 증권시장 시총이 36.1%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풍그룹을 제외한 29개 그룹 모두에서 시총이 상승했으며, 삼성·SK를 비롯한 5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룹의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65%에서 66.9%로 1.9%포인트 확대됐다.
시총 상승률에서는 한화그룹이 선두를 차지했다. 한화는 44조8천68억원에서 118조1천583억원으로 163.7% 폭증하며 전통적인 4대 그룹 체제를 깨고 시총 100조원 문턱을 돌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각각 전체 상장기업 중 시총 증가액 3위와 5위를 기록하며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
미래에셋그룹이 150.4% 증가로 2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크게 오른 결과로 해석된다. 효성그룹은 140.9% 상승으로 3위에 올랐으며, 이 중 효성중공업이 AI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감으로 242.7% 급등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두산그룹은 원자력 산업 모멘텀에 힘입어 138.8% 증가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11조5천685억원에서 40조991억원으로 246.6% 폭등하며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LS그룹과 HD현대그룹도 각각 67.3%, 66.3% 상승을 기록했다.
HD현대의 경우 증가율은 6위였지만 절대 증가액이 52조원에 달해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로써 HD현대도 한화와 함께 새롭게 시총 100조원 영역에 진입하게 됐다.
시총 규모 면에서는 삼성그룹이 674조9천706억원으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전체 30대 그룹 시총의 약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SK그룹이 319조6천166억원으로 2위를 유지했으며, 3·4위에서는 순위 변동이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72조1천879억원으로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섰고, LG그룹은 145조5천88억원으로 4위로 밀려났다.
한화그룹은 7위에서 6위로 상승하며 쿠팡을 한 단계 아래로 밀어냈다. 두산그룹은 12위에서 8위로 4계단 상승한 반면, 포스코그룹은 다른 그룹들의 급성장에 밀려 8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시총 증가율 상위권 그룹 중 상당수가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 효성의 조현준 회장, HD현대의 정기선 수석부회장 등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AI와 방산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며 "새로운 세대의 경영진이 주도하는 그룹들의 변화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