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일본차 대미관세 15%로 인하…한국산 차량과 가격 역전 우려

2025.09.15
16일부터 일본차 대미관세 15%로 인하…한국산 차량과 가격 역전 우려

미국이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여전히 25%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한국산 자동차의 현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한일 양국 간 10%포인트에 달하는 관세 격차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량이 일본 차량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9일 연방관보에 게재한 행정명령을 통해 일본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양국이 체결한 무역합의에 따른 것으로,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약속한 대가다.

반면 한국은 같은 시기 미국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나,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로 행정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국산 자동차는 당분간 25%의 높은 관세 부담을 지속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관세 격차가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현대 쏘나타는 2만6900달러, 토요타 캠리는 2만8400달러에 판매되고 있어 한국 차량이 약 5% 저렴하다. 하지만 각각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쏘나타는 3만3625달러, 캠리는 3만2660달러가 되어 가격 우위가 뒤바뀐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스포티지는 3만290달러, 라브4는 3만2850달러에 판매되지만, 관세를 반영하면 각각 3만7863달러와 3만7778달러로 일본 차량이 더 저렴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에게 추가적인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지난 2분기에만 관세로 인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으며, 증권가는 3분기와 4분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완성차 수출도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7월 수출량은 80만11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으며, 4월 관세 부과 이후 월별 수출량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역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반떼급 소형차의 경우 일본 경쟁 차종 대비 약 200만원 정도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형차나 프리미엄 브랜드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현지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현지 생산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부터 가능해 당장의 관세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에 파견하여 후속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타결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