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 HD현대그룹의 기업가치가 연초 79조원에서 134조원으로 급상승하며 그룹 시가총액 5위를 유지하고 있다. 9개월간 시총이 3배 늘어난 한화그룹을 앞서며 LG와의 격차도 24조원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조선업 호황과 AI 붐에 따른 전력기기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HD현대그룹 상장사 10곳의 평균 상승률은 89%에 달하며, 특히 HD현대마린엔진은 2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급등했다. 그룹 시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HD현대중공업 주가가 70% 이상 오른 것이 상승을 견인했다.
16일 오전 HD현대인프라코어 임시주주총회에서 HD현대건설기계와의 통합안이 가결되며, 내년 1월 매출 8조원 규모의 'HD건설기계'가 탄생할 예정이다. 양사는 글로벌 순위 21위와 25위에서 14위권으로 도약하며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통합 법인은 건설장비, 엔진, 애프터마켓 사업을 아우르며 컴팩트부터 초대형까지 제품 라인업을 완성한다. 일원화된 의사결정 체계와 중복 투자 제거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과 인도 등 해외 거점을 공동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0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통합 주총이 예정돼 있다. 증권가는 합병 후 MSCI 편입 비중 확대 시 1877억원의 추가 자금 유입을 전망하고 있으며,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문도 올해 상반기 45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0년부터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났다. 멕시코 트리온 프로젝트와 카타르 루야 매출 발생이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한편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혁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15일 LG CNS, HD현대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 및 물류자동화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용접, 측정, 성형, 관제 등 다양한 생산 활동에 적용되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이동로봇을 개발해 조선소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삼호는 제조 데이터 확보와 현장 인프라 구축을, LG CNS는 조선산업용 AI 및 데이터 융합 플랫폼 운영을 담당한다. HD현대로보틱스는 공정별 특화 AI 모션 제어 기술을 제공하며, HD한국조선해양이 로봇, 시뮬레이션, 용접 등 제조 기술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존 협동로봇의 한계를 넘어 복잡한 용접, 조립, 의장, 검수 공정까지 자동화를 실현해 작업자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삼호는 2022년 자동화혁신센터 출범 이후 협동로봇과 수중선체청소로봇 도입을 추진해왔다.
HD현대그룹은 전력기기, 조선·방산, 건설기계라는 세 개 성장 축을 중심으로 지주사 가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별도 기준 순이익의 70% 이상을 배당하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과 분기 배당 실시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