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증권금융이 기존의 '시장 안전판' 기능을 넘어서 자본시장의 '성장판' 역할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각 사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 확대 정책에 보조를 맞춰 금융투자업계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955년 설립된 증권금융은 지난해부터 △시장 안전판 기능 강화 △글로벌화 △디지털화라는 3대 경영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증시 활성화와 증권업계 대형화에 맞춰 올해 상반기 평균 31조7000억원 규모로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56년 시작 당시 700만원 수준에서 현재까지 크게 늘어난 규모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해외투자 확대 추세에 대응해 기존에 담보로 활용할 수 없었던 외화주식을 담보로 취급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의 보유 증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외화업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전문인력을 추가 채용해 외화 RP 거래상대방 확대와 외화채권 운용 등 운용수단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도 본격 투자하고 있다. IT 예산을 2022년 151억원에서 올해 530억원으로 대폭 늘렸으며, 기존 대면 위주의 상품을 비대면·모바일 전용 상품으로 개편했다. 특히 이달 15일에는 우리사주 '시장매입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사주조합의 주식 매수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 확충도 활발하다. 지난 8월 경기도 수원 광교에 중부센터를 개소해 반도체·AI 기업과 지역 소재 상장기업, IPO 기업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내년 1분기 내 기존 홍콩사무소를 홍콩법인으로 전환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재무적 성과도 눈에 띈다.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이 2022년 3조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4조원 돌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BIS 비율 역시 2022년 21.43%에서 올해 23.85%로 상승해 자본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김 사장은 "주주권익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내년 중간배당 도입을 추진하고 안정적인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30일에는 창립 70주년 국제컨퍼런스와 세계증권금융 협약식을 개최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증권금융회사가 참여해 다자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약 87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자예탁금을 관리하고 있는 증권금융은 이를 토대로 자본시장과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