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전고체 배터리 검증 라인 완공…'꿈의 배터리' 2029년 실용화 가속

2025.09.16
SK온, 전고체 배터리 검증 라인 완공…꿈의 배터리 2029년 실용화 가속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혁신적 변화의 전환점에 서 있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활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핵심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SK온이 대전 유성구 연구원 내 약 1400평 규모로 전고체 배터리 검증 시설을 완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설은 고객 업체에 제공할 시작품을 제작하고 제품 품질을 검증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단축한 2029년 실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다. 액체 전해질로 인한 누출이나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하며, 동일한 크기에서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 주행 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리튬금속 음극 적용 시 1회 충전으로 800~1000km 운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여러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 고체 전해질 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 충전 성능이 제약받고, 전극과 전해질 간 접촉 불완전으로 인한 저항 증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반복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덴드라이트 현상 역시 배터리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SK온은 이러한 난제 해결을 위해 자체 개발한 '온간등압프레스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25도에서 100도 사이 온도에서 전극에 균일한 압력을 가해 성능과 밀도를 높이는 이 공정은 발열을 억제하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기존 기술의 생산성 저하 문제는 독창적 셀 설계와 일반 압착 공정을 병행해 극복했다.

회사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 흑연 음극을 리튬메탈로 교체해 무게와 부피를 줄이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이 기술은 차세대 배터리의 또 다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목표인 800Wh/L 에너지 밀도 달성 후 장기적으로 1000Wh/L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 간 전고체 기술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SDI가 2027년 황화물계 제품 출시를 목표로 가장 빠른 일정을 잡은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부터 양산에 나선다. SK온은 2028년과 2029년 연이어 상용 제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일본과 중국이 기술 개발과 특허 확보에서 앞서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8조원 규모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에서 1조4000억원을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투입하고 있으며, 중국도 지난해 1조원 이상을 관련 기술 개발에 지원했다. 반면 국내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400억원에서 2030년 58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전고체 시대 이전에 반고체 배터리가 과도기 기술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검증 시설 완공이 변화하는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신속히 실용화해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