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관세 정책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농기계 기업 대동이 새로운 시장 진출과 혁신 제품 개발, 판매 네트워크 강화라는 삼중 전략을 통해 난국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현재 19~24% 수준의 실질 관세 부담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으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관세 충격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동의 해외 사업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강덕웅 글로벌사업총괄부문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시장 누적 매출은 44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 전체 농기계 시장이 8~10% 위축된 상황에서 매출 성장을 달성한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다.
대동이 택한 첫 번째 해법은 시장 다변화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위 트랙터 시장인 터키에 올해 본격 진출하며 0.8%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연간 6만대 규모의 터키 시장은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를 핵심 공략 대상으로 정하고, 현재 2.4%인 점유율을 5년 내 6%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번째 전략은 판매 채널의 고도화다. 현재 북미 지역에 550개, 유럽에 560개의 딜러를 확보한 대동은 2030년까지 북미 딜러를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전속 계약 딜러를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 '5Paws'를 통해 우수 딜러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45년간 축적된 지역별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가격 경쟁력 약화를 상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축이다. 내년에는 24~66마력 소형 트랙터 라인에서 동급 최고 효율성을 갖춘 모델을 선보이고, 130~140마력대 고마력 제품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이 200~300마력대에 집중하는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규제 대응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유럽연합의 사이버복원력법(CRA)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보안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페스카로와의 협력을 통한 보안 취약점 분석을 완료했으며, 연내 사이버보안 전문 제어기 도입과 전용 IT 인프라 구축을 통해 2027년 1분기까지 완전한 대응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나영중 P.Biz개발부분장은 "CRA 준수는 유럽 진출 제조업체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요건"이라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보안 체계 구축으로 제품 신뢰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세라는 위기 상황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기회로 전환시키려는 대동의 전략적 대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