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사 간 '보이스피싱 의심정보 실시간 공유' 허용…피해 예방 강화

2025.09.17
금융지주 계열사 간 보이스피싱 의심정보 실시간 공유 허용…피해 예방 강화

정부의 '보이스피싱과의 전면전' 선언 속에 금융업계가 사기 범죄 차단을 위한 혁신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신한금융그룹 4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포착 시 고객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계열사 간 정보 전파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금융지주회사법 해석에 따라 자회사 간 금융거래정보는 내부경영관리 목적 외에는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별도 신고 없이도 A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피싱 피해가 확인되면 동일인 명의의 보험이나 증권 계좌도 동시에 지급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각 금융회사들은 개별적으로 사기 이용 계좌와 피해 계좌를 탐지해왔지만, 피해 의심 계좌에 대한 즉각적인 정보 공유에는 법적 근거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다. 특히 계좌개설부터 대출, 카드론, 현금서비스까지 여러 금융상품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피싱 범죄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상황이다.

KB금융그룹은 34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연령과 성별에 따른 맞춤형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핫라인 구축을 통해 코인을 악용한 신종 사기도 차단하고 있다. 피싱 전담 모니터링 인력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대폭 늘렸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 피싱 탐지 기능을 탑재했고, 전 금융권 오픈뱅킹안심차단서비스 개발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우리금융은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가입'을 은행에서 그룹사로 확대했으며, 해외 계좌를 이용한 범죄에 대비한 의심 계좌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피싱 범죄 규모는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피해액이 2022년 5438억원에서 2024년 8545억원으로 치솟았으며, 올해 7월까지만 해도 이미 7766억원에 달해 연말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피해 건수 역시 올해 7월 기준 1만4707건으로 작년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청도 24시간 통합신고대응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상담원을 기존 25명에서 44명으로 확대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10명이 교대 근무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 직원이 6400만원 상당의 피싱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어, 금융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신고와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의심정보 공유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필수 정보만으로 제한하고, 정보 공유 시에는 분기별로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보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 향후 금융-통신-수사 분야를 아우르는 'AI 플랫폼' 구축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