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강화로 '환율상승=수출증가' 공식 무력화…한은 "아시아 통화스왁 확대 필요"

2025.09.15
달러 패권 강화로 환율상승=수출증가 공식 무력화…한은 "아시아 통화스왁 확대 필요"

미국발 금융위험 충격이 달러화를 매개로 국내 경제를 직격하면서 전통적인 환율 상승 효과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달러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영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달러화 의존 구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위험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 강화로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달러 강세가 심화된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와 국내 금리가 상승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 중간재와 자본재 조달 시 달러화 운전자본 차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금융여건 악화가 곧바로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달러 강세가 무역결제 경로를 통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수출입 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달러 상승은 우리 제품의 해외 현지 가격 인상을 유발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환율 상승이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기존 통념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충격 발생 후 1년간 더욱 악화되다가 약 3년에 걸쳐 점차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모의실험 결과, 달러화의 국제금융 경로가 차단될 경우 미국 금융위험으로 인한 국내 생산 감소 규모가 67%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내 수출이 달러 대신 원화로 결제된다면 생산 감소폭이 25% 정도 축소되며,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출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역시 비슷한 파급 경로를 보인다. 미 금리 인상 시 달러화의 국제금융 기능이나 무역결제 기능이 없다면 국내 생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3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은은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통한 국내 국채의 투자 매력도 제고를 제시했다. 금융 불안 시기 미 국채로의 자금 쏠림과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한일 등 양자간 통화스왑 확대와 원화 표시 채권의 해외 발행 등을 통해 원화를 아시아 역내 결제통화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 불안 시기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달러화 운전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 수출입 신용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도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거래 편의성을 바탕으로 국제 결제에 널리 활용될 경우 달러화 가치 변동의 글로벌 교역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도한 미 국채 발행으로 신뢰도가 저하되거나 규제 미비로 인한 코인런 위험이 높아질 경우 오히려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손민규 한은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장은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국제교역에 활용되며 결제통화 지위가 강화될 수 있지만, 코인런 등으로 인한 신뢰 저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