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업계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사망보험 수요 감소에 대응해 보험금 활용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이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에 뛰어들면서 생보 빅3가 모두 이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종신보험 계약자가 사전에 수령자와 지급방식을 정하고 신탁회사에 운용을 위탁하는 제도다. 기존 일시불 지급 방식과 달리 고객이 설정한 조건에 따라 분할 지급이 가능해 초고령화 시대 새로운 자산관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사망보험금 청구신탁을 허용하면서 시장이 본격 개화했다. 현재 최소 보험금 3000만원 이상,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 동일성, 수익자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하는 등의 규정이 적용된다.
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생명은 올해 6월까지 누적 계약 780건, 가입액 2570억원을 기록했으며 월평균 신규 체결 금액이 260억원에 달한다.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554건, 800억원 규모의 실적을 올렸다.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등도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전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규모는 900조원으로 추정된다. 생보사 22곳의 일반사망담보 누적 보유계약액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883조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10월부터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도 출시된다. 종신보험 가입자가 일정 요건 충족 시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를 연금처럼 미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사가 우선 도입한다.
금융당국은 연금 개시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55세로 낮춰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소득 공백 문제를 완화하고자 한다. 올해는 연 지급형으로 시작해 내년에는 월 지급형도 추가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이 기존 가입자 대상 서비스라는 점에서 신규 고객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건강보험까지 신탁 대상을 확대하고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요양·간병, 헬스케어 서비스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연구원 전문가는 "신탁업이 보험사 영업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금청구신탁을 저축성보험이나 일반건강보험으로 확대해 효율적인 노후 금융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