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으론 부족한 현실…미국선 '14억 연금부자' 100만명 돌파

2025.09.14
연금만으론 부족한 현실…미국선 14억 연금부자 100만명 돌파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44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이 저수익 예금상품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2.3%로 물가상승률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연금 선진국들은 6~9%의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을 보유한 '연금 백만장자'가 109만명을 넘어서며 24% 증가했다. 401k의 2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8.6%에 달하는 것이 이런 성과의 배경이다. 호주 퇴직연금도 최근 10년간 6.7%의 수익률을 보였고, 영국 역시 8.4%의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국가의 성공 비결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투자에 있다. 주식 70%, 채권 30%의 포트폴리오로 장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퇴직연금의 79.3%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돼 있어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년간 예금으로 굴린 경우 누적수익률이 80.3%에 그쳤지만, 글로벌 주식·채권 분산투자 상품은 179.4%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금리인하 국면에서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연금을 받는 고령층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일터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연금 수급자의 50.7%가 '생활비 보탬'을 이유로 계속 근무하고 있으며, 희망 월소득은 100만~150만원으로 평균 연금수령액 86만원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7%가 원금보장형에 집중된 상황에서, 원금보장 상품을 제외하고 선택 옵션을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수익률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10월부터는 55세 이상이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사망보험금의 90%까지 연금화가 가능하지만, 총 수령액은 줄어드는 구조여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과 제도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