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해운업체 HMM 매입 검토에 착수하면서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컨설팅단을 통해 인수 타당성 분석에 나선 포스코그룹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HMM 주식은 즉각 상승세를 보인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M&A가 정부 주도의 정책성 인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은 수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 부담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 그리고 핵심 사업인 철강·이차전지와는 거리가 먼 해운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해운업의 특성상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의 반발 배경에는 올 봄 주주총회 당시 노조 갈등으로 인한 회의장 봉쇄 사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주주들의 권리 행사가 제한됐던 당시 상황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어, 정부 정책에 따른 경영 결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상태다.
한편 해운업계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해운협회를 비롯해 부산항발전협의회,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등이 연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해운업이 철강업의 보조적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과 시장 상황 악화 시 구조조정 1순위가 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업계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우려를 표했다. 포스코가 1990년 설립한 거양해운이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되었고, 한진해운 역시 그룹의 항공업 집중으로 2016년 파산한 바 있다. SK해운도 2018년 그룹 포트폴리오 정비 과정에서 매각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는 점을 들어 비주력 사업의 한계를 강조했다.
해운법 제24조에 따르면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HMM의 소유구조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선사 차원이 아닌 국적선사, 국가 기간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6월 말 기준 7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인수 재원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순익 증가와 배당 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KB증권은 재무 리스크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8조8000억원에 이르는데다 철강·이차전지 업황 부진과 포스코이앤씨 안전사고에 따른 현금 유출 가능성까지 겹쳐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이탈도 주목할 부분이다. 2023년 초 50%를 넘었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30% 미만으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46%)과 자사주(6.56%)를 고려하면 정부 주도 정책 추진이 용이한 지배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HMM의 공공성 확보와 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전체 지분이 아닌 일부 지분 매각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향후 포스코그룹의 최종 결정이 국내 해운업계와 철강업계에 미칠 파급효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