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농식품 업계가 유엔 식품조달 분야에서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 부산 소재 기업 젤텍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영양강화립 공식 공급사로 등록되며, 우리나라 농식품 회사로서는 최초로 국제기구 조달시장 진입에 성공했다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조달청이 14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우리 정부의 해외 식량지원 사업이 단순한 곡물 제공을 뛰어넘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과 연계되는 새로운 공적개발원조 패러다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유엔 식품조달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발판을 마련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영양강화립은 곡물 분말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을 배합하여 쌀알과 유사한 형태로 가공한 제품이다. 기존 쌀의 맛과 질감을 보존하면서도 영양 성분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 핵심 특징이다. 일반 쌀 100개당 영양강화립 1개를 섞어 섭취할 경우 철분, 아연, 엽산, 각종 비타민 등 필수 미량영양소를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 제품은 특히 빈곤 지역과 난민촌에서 영양결핍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기구들은 아동과 임신부 등 영양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은 2029년까지 원조용 쌀 중 영양강화립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글로벌공공조달수출상담회에서 WFP 관계자를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농식품부, 조달청, 기획재정부,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 등이 참여하는 유엔 조달시장 진출 협의체를 구성하고 영양강화립을 핵심 수출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WFP 식품기술 전문가를 국내로 초빙해 생산현장에서 직접 기술지도를 받았으며, 유엔 식품 공급자 자격을 위한 세계영양개선연합 인증을 국내 업체 최초로 획득하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범정부적 노력의 결과로 지난 4일 젤텍이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국산 영양강화립 201톤은 오는 10월 방글라데시로 선적되는 원조용 쌀 2만64톤과 함께 현지 난민 및 취약계층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출항을 기념하여 사상 최대 규모인 15만톤 식량원조와 영양강화립 첫 지원을 축하하는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젤텍은 1998년 설립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최대 젤라틴 및 콜라겐 제조업체로 성장한 회사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기존 생산공정을 활용해 영양강화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정경석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 직무대리는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기아문제 해결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식량원조 사업이 국내 농식품 산업 발전과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영양강화 비스킷, 슈퍼시리얼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우리 농식품 기업들의 유엔 조달시장 참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식 조달청 기획조정관은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기업의 도전정신이 결합되어 높은 진입장벽을 자랑하는 유엔 식품조달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역사적 사례"라며 "기술개발부터 조달절차까지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