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출 규제 강화에 "전세 매물 사라져"…월세 전환 급물살

2025.09.14
전세 대출 규제 강화에 "전세 매물 사라져"…월세 전환 급물살

가을 이사철을 맞았지만 전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로 전세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월세 체결 건수는 120만 952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8% 급증하며 처음으로 120만 건을 돌파했다. 반대로 전세 물건은 크게 감소해 임대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전세 대출 제한 정책이 있다. 6·27 대책을 통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융자를 전면 차단한 데 이어, 9·7 부동산 대책에서는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 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대출 보증 비율 역시 90%에서 80%로 낮춰 세입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 반전세 매물만 있고 전세 물건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세가 나오면 즉시 계약이 성사된다"고 전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6·27 대책 이후 7.8% 줄어든 반면, 월세 매물은 2.4% 늘어났다.

정부가 이처럼 전세 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갭투자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돈 빌려서 전세 끼고 집 사는 것이 집값을 올리고 국민들에게 과도한 주거 비용을 안겼다"며 전세를 통한 갭투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가 2023년 발간한 재집권 전략서에는 "전세보증금이 갭투기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높아 전세 비중을 축소하고 월세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정부의 의도적인 월세화 유도 정책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7월 기준 서울 원룸 월세는 약 73만 원으로 2년 사이 20% 이상 상승했다. 한 직장인은 "소득의 절반이 대출 이자와 월세로 나가다 보니 생활비 압박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은행권에서도 자체적으로 대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1주택자에게 전세 대출을 중단했고, 국민·우리·농협은행은 비수도권 1주택자 전세 대출 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세 대출 금리도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 토스뱅크가 연 3.34%로 가장 낮고 제주은행이 연 4.69%로 가장 높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3.39%)이 가장 낮고 우리은행(3.87%)이 가장 높다.

수도권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달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5695가구로 전월 대비 41%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에도 제한적인 수요 움직임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