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으로 금융당국 내홍 심화…권한 갈등 본격화

2025.09.14
조직개편으로 금융당국 내홍 심화…권한 갈등 본격화

정부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일주일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양 기관 모두 대규모 변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특히 금감원은 공공기관 재지정과 더불어 신설 금융감독위원회로 핵심 권한이 이전될 전망에 직원들의 격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제재권을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은행·보험사 임원의 '문책 경고'와 직원 '면직' 처분을 금감원장이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이를 금감위 심의안건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중대한 징계는 금감위가 담당하고, 금감원은 경미한 징계만 처리하게 되는 구조다.

분쟁조정기구의 금감위 이전도 검토되고 있어 금감원 내부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 로비에서 매일 아침 수백 명이 참여한 '검은 옷 집회'를 진행해온 직원들은 항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집회에서는 "금융전문가로서 부끄럽지 않느냐, 금융위 정신 차려"라는 구호가 새롭게 등장했다.

금감원 직원 한 명은 "금융위가 분조위와 제재심의를 모두 금감위로 가져간다는 것은 어려운 조사와 검사 업무는 회피하면서 판단 권한만 챙기겠다는 의도"라며 "사실상 금감원을 약화시켜 금감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주 국회 앞 대규모 집회와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으며, 최종 수단으로 '전면 파업'까지 고려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금융위 역시 극도로 민감하고 불안한 내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금감위 권한이 확대되더라도 핵심 업무인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행정안전부와 조직 규모 및 세부 구성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서울에 잔류할 금감위 인력 규모로, 현 조직의 절반 이상이 세종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금융위 직원들은 세종시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내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공무원 신분상 집단행동에 한계가 있다. 금융위는 조직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2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체 직원 간담회를 개최하여 조직개편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직급별·경력별 대표를 선정하여 조직개편 진행상황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경부와 금감위 분할 기준, 서울 잔류 기준이 최대 관심사"라며 "세종시로 이전하게 될 젊은 사무관층에서 상당한 이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일 임명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조직개편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발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개편 논의는 입법 절차에서 혼선과 진통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금감위설치법을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과 함께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야당과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한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불만이면 퇴사하라"고 발언하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당국 우려를 개인 불만으로 치부하는 인식이 천박하다"고 맞받아치는 등 장외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주요 현안이 후순위로 밀리고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대해야 할 기관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4곳으로 늘어나는 부담이 추가되는 문제다.

한 보험회사 직원은 "금감원 직원들의 반발이 심화되면서 신속한 마무리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내부 반발과 야당 반대 등으로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면 인허가가 필요한 신규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에 더해 금융 공기업인 산업은행도 약 3개월 만에 수장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주 전격 임명된 박상진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본사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여의도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