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전국 주요 종합건설업체들과 협력업체에 대한 집중 감독을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의 압도적 다수에서 각종 법규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 69개 업체 가운데 63개소에서 297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되며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노동부는 지난 7월 7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5주간에 걸쳐 10개 주요 종합건설업체와 50억원 규모 이상 공사 현장의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노무관리 및 안전보건 관리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설업의 복층적 하청 구조로 인한 노동자 권익 침해와 안전 위험 요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첫 통합 감독이었다.
조사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것은 급여 미지급 사안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34개 사업장에서 1,357명에 대한 총 38억 7천만원의 급여가 연체된 상황이 확인됐다. 특히 한 업체는 직원 3분의 1 이상에게 6억 2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지 않아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다. 이 외에도 26개 업체의 연체액 33억 3천만원은 감독 과정에서 즉시 정산이 이뤄졌으며, 나머지 7곳에 대해서는 현재 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급여 연체의 주된 원인은 기본급과 제수당의 미지급, 그리고 일용직이라는 명목으로 법정 수당을 제공하지 않는 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7개 전문건설업체에서 발견된 불법적 급여 지급 방식이다. 이들 업체는 노동자의 신용도 문제 등을 이유로 팀장이나 직업소개소를 통해 급여를 간접 지급하는 위법 행위를 일삼아 왔다.
산업안전 영역에서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25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관련 의무 위반이 확인됐으며, 이 중 2곳은 사법부 처리 대상이 됐다. 나머지 24곳에는 총 1억 1,752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사법 처리 대상이 된 사업장들은 굴착 장비에 필수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중장비 작업 시 작업자 출입 통제를 실시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무허가 하청도 1건 적발되어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됐다. 또한 근로계약서 작성 소홀, 급여명세서 미교부,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 등 기초적인 노동질서 위반 사례들도 다수 발견됐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입수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급여 연체 신고 사건의 사법 처리율은 24.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30.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체 신고 사건의 41%가 노동자의 처벌 불원 의사 표시로 종결되고 있어, '반의사불벌' 제도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급여 대지급 제도 운영 현황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7월까지 4,144억원이 지급된 대지급금의 누적 회수율은 29.7%로, 2020년 32.8%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7만 3천여 명의 노동자가 1조 3,421억원의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수율 저하는 정부 재정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건설업의 다층 하청 구조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산업재해와 급여 연체에 특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와의 협력을 통한 합동 감독을 정례화하여 건설업계의 급여 연체와 산업재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