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우려…정부 물가정책과 맞물린 고육지책

2025.09.14
치킨업계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우려…정부 물가정책과 맞물린 고육지책

정부의 K미식벨트 사업에 치킨벨트 구축이 거론되며 업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동결 상태에서 제품 용량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은 2024년 장벨트를 출발점으로 2032년까지 테마별로 30개의 K미식벨트를 조성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 고유의 식재료와 향토음식 등 미식자원을 토대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식해설사를 양성하여 K푸드와 관광산업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송미령 장관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해외에서 인기 높은 치킨벨트 구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이재명 대통령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추진해보라"며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한식진흥원의 벨트 조성 전략에 따르면 발효문화, 전통한식, 제철밥상, 유행한식 등 4개 범주로 구분되며, 유행한식 분야를 통해 치킨을 비롯한 다양한 벨트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업계도 이같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교촌치킨 측은 "한식진흥원, 한국관광공사, 대기업 등과 치킨 조리 체험을 접목한 관광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BBQ도 "연천군과 치킨문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경기도 관광문화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전망과 달리 치킨업계는 현재 여러 악재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이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축소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판매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제공량만 줄인 것이다.

더욱이 원재료 구성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닭다리살만 사용했으나, 이제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혼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소스를 개별 치킨 조각에 붓으로 발라주던 방식에서 양념을 버무리는 텀블링 방식으로 조리법까지 바꿨다.

이런 변화는 교촌치킨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농협목우촌 산하 또래오래는 지난 8월 치킨용 닭고기 크기를 11호에서 10호로 변경해 약 100g 정도 용량을 줄였다. 노랑통닭 등 다른 브랜드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재명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과 연관지어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외식 물가를 국민 체감 물가의 핵심 지표로 여기고 관리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식품·외식업체들이 직접적인 가격 인상 대신 중량 축소나 원재료 대체를 통한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개선 요구를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스러기 문제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연말연초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고기 수급 차질과 부분육 도매가격 상승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용량을 줄이고 혼합육을 사용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 증가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에 대해 사전 안내 없는 용량 축소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외식업계는 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향후 유사한 사례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