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용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둘러싼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 준비를 완료했다고 발표하며 선두 지위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기술을 앞세워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어 치열한 양강 구도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12일 차세대 AI용 메모리인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전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이전 5세대 HBM3E 대비 데이터 전송로를 2배 늘린 2048개 채널을 탑재해 처리 용량을 두 배로 늘렸고, 전력 소모 효율성도 40% 이상 개선했다. 특히 초당 10기가비트를 상회하는 동작 속도를 달성해 국제 표준인 8Gbps를 크게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어드밴스드 MR-MUF' 패키징 기술과 10나노급 5세대 D램 공법을 적용해 생산 과정의 위험요소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들을 수직으로 쌓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압력과 변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격자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은 대응책을 준비했다.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앞선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동시 활용한 HBM4 제품을 개발해 주요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메모리와 하부 로직 칩 모두에 초미세 공정을 사용한 것은 현재로서는 유일한 조합으로, 이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HBM4는 최대 11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후공정 생산성도 상당히 향상됐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사의 본격적인 경쟁 시작으로 주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9영업일 연속 상승하며 32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삼성전자도 7만5000원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두 회사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양사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품질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누가 먼저 공급 승인을 받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연말 전후 인증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납품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 모두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패키징 기술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삼성전자는 차세대 공정 기술과 향상된 생산성을 무기로 삼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성능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실상 한국 기업 간 양강 대결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