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가지수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투자 심리가 뜨거워진 가운데, 상장지수펀드 시장의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하루 평균 3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ETF 거래액은 최근 6조원대까지 확대되면서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과거 최고점을 뛰어넘기 시작한 시점부터 ETF 일일 거래액이 5일 연속 6조원을 상회했다. 주가지수는 11일간 연속 상승하며 8.9%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3140선에서 출발해 300포인트 이상 오르며 3449.62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흥미롭게도 ETF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세보다는 하락 국면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간 개인들이 가장 활발히 순매수한 종목은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으로, 3151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일반적인 인버스 상품에도 817억원의 매수세가 몰렸다.
동시에 해외 지수와 안전자산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 S&P500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에 703억원, 미국 AI소프트웨어 관련 ETF에 446억원이 각각 투입됐다. 금 현물 ETF들도 445억원과 34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분산투자 욕구를 보여줬다.
반대로 레버리지 상품과 대표 지수 ETF는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들은 코스피 레버리지 상품을 1780억원, 코스닥150 레버리지를 1651억원 규모로 각각 순매도했으며, 기본 코스피200 ETF도 448억원 매도 우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시장 전체 수급에서도 확인된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6조57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고 기관도 2조원 이상 사들인 반면, 개인은 9조2500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12일 기준 72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3년 8개월 만의 최대 규모를 기록해, 개인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며 관망세를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TF 순자산 총액은 240조29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200조원 돌파 후 단 104일 만의 성과다. 코스피 추종 상품과 머니마켓 등 파킹형 상품이 순자산 증가를 주도했으며, 2002년 첫 출시 당시 3552억원에 불과했던 ETF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보여준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상승세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주가지수 최고치 경신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평균 33주간 상승세가 이어졌고, 평균 26.2%의 추가 상승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정책 유지, 미국 금리 인하 기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인버스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강세장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며, 뒤늦은 추격매수로 인한 위험도 존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