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16일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일 대비 42.31포인트(1.24%) 상승한 3449.62로 장을 마감하며 5일 연속 사상 최고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장중에는 3452.5까지 치솟으며 처음으로 3450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대장주들의 강세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3.79% 뛴 7만9400원으로 마감하며 '8만전자' 복귀를 눈앞에 뒀고, SK하이닉스는 5.14% 급등한 34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장중 35만4000원까지 오르는 등 연일 신고가를 작성했다. 두 종목의 지수 상승 기여분은 각각 19.22포인트, 13.86포인트로 전체 상승분의 78%를 차지했다.
투자주체별로는 해외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1조7029억원을 순매수하며 작년 3월 이래 최대 규모의 하루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도 788억원 순매수에 나선 반면, 개인투자자는 1조7642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코스피의 이번 연속 상승 기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2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1990년대 이후 이 같은 기록은 총 5차례에 불과하다. 과거 기록들은 닷컴 버블 시기인 1999년 6월, 중국 고성장기였던 2006년 4월,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세를 보인 2009년 7월,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됐던 2019년 9월 등이었다.
미국발 기술주 호조가 국내 반도체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전반적인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알파벳이 시가총액 3조달러에 도달하고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기술주 중심의 호재가 지속됐다.
방산 관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BOE를 대신해 애플 아이폰 패널 공급 소식에 급등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을 보면 우려스러운 신호도 감지됐다. 하락 종목 수가 571개로 상승 종목 298개의 거의 2배에 달했다. 최근 급등했던 농심과 오리온은 각각 4%, 2% 하락하며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했다. 자동차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0.85포인트(0.1%) 내린 851.84에 마감하며 10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개인투자자가 2719억원 순매수로 지수를 방어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각각 2137억원, 451억원 순매도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시각 18일 새벽 발표될 FOMC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가 시장 기대에 부합할지 여부가 단기적인 증시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연속 상승과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심을 표하며, 추격 매수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