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명실상부한 '로봇 기술의 요람'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오준호 명예교수가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필두로 다양한 로봇 벤처들이 연이어 성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KAIST 캠퍼스에서는 총 8개의 로봇 전문 기업이 탄생했다. 재활·의료 로봇 분야의 엔젤로보틱스(공경철 교수)가 증시 입성을 달성한 데 이어, 푸른로보틱스, 위로보틱스, 라이온로보틱스, 트라이앵글로보틱스, 유로보틱스, 디든로보틱스 등이 각각의 전문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의 라이온로보틱스는 SBVA,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퓨처플레이를 비롯한 주요 투자기관들로부터 총 230억원의 시리즈A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인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는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지형 조건에서도 균형잡힌 이동이 가능하며, 8시간 연속 작동이라는 차별화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과 함께 풀마라톤 거리를 완주한 사례는 실용성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명현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진에서 출발한 유로보틱스 역시 35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확보와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자율 이동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제어 기술과 휴머노이드 응용을 통해 군사·건설·유통·도시 인프라 등 광범위한 활용처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박해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시작된 디든로보틱스는 보행형 모바일 로봇의 실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특수 마그네틱 시스템을 통해 금속 벽면과 천장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했으며, 용접 작업이나 비파괴 검사 등 고위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해당 기업은 프리A 단계에서 70억원의 자본을 확보했고, 조선업체들과의 공급 협약을 통해 시장성을 검증받았다.
KAIST는 최근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육성 프로젝트의 주관 기관으로 선정되어 105억원의 국가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전 지역에 'Robot Valley'를 조성하여 기업-기술-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현민 창업원장은 "우리 대학 출신 연구진들의 혁신적 도전이 세계 무대로 확산되고 있다"며 "딥테크 창업의 중심지로서 KAIST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광형 총장 또한 "인공지능과 물리적 환경을 융합한 피지컬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