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제재로 위축됐던 수도권 주택건설 경기가 9월 들어 급격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수도권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16.8포인트 급상승한 83.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부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28.2포인트 급등한 92.3으로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어 경기도가 17.2포인트 오른 86.4, 인천이 4.8포인트 증가한 71.4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기준선인 100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를 보이며 업계의 긍정적 전망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정부의 6·27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 이후 한때 주춤했던 시장이 8월부터 재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규제 지역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7월에는 성장 모멘텀이 일시 약화됐으나, 최근 들어 재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9월 첫 주 기준 31주째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마포·용산·성동 등 프리미엄 지역의 상승 기조가 심화되면서 사업환경 개선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경기 권역에서도 성남 분당·하남·광명·안양 등이 함께 상승하며 수도권 전체의 호황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수도권 지역이 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평택·이천·안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사업여건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미분양 지원 정책이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의 회복세가 제약받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4.8포인트 하락한 73.2로 침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광역시는 5.6포인트 떨어진 76.6, 도 지역은 4.1포인트 감소한 70.7을 기록했다. 광역시 중에서는 대전이 9.8포인트 상승한 81.2로 반등했고, 울산과 대구도 각각 5.7포인트, 0.6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부산은 18.2포인트, 세종은 17.3포인트 급락하는 등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 지역에서는 경북이 8.5포인트 상승한 72.7을 보인 반면, 충북이 23.4포인트 급락한 66.6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지방의 경우 7월 이후 계속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규제 시행 이전 회복 기대가 있었지만 이후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양상은 주택가격 상승 동력 부족과 함께 수요 저조, 미분양 물량의 지방 집중 등 구조적 문제가 장기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체 미분양의 83.5%가 지방에 몰려 있어 건설업체들의 현금흐름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9월 전국 자금조달지수는 전월보다 13.6포인트 상승한 84.8로 전망됐다. 금리 하락 전망과 함께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금융지원 방안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재수급지수는 0.1포인트 오른 93.3으로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75.0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 침체가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