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4개 국립대학교병원이 17일부터 대규모 공동파업에 돌입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분회 등 총 86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이번 파업은 2004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각 병원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경북대병원은 투표 참여율 82.8%에 찬성률 86.6%, 강원대병원은 참여율 68.6%에 찬성률 93.9%, 충북대병원은 참여율 85.8%에 찬성률 92%를 기록했다. 특히 강원대병원의 경우 2000년 개원 이후 처음, 충북대병원은 24년 만의 파업 결정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번 파업의 핵심 목표를 "시장 중심 의료체계에서 공공의료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라고 명시했다. 구체적 요구사항으로는 공공의료·지역의료 국가책임 강화,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실질임금 인상과 총인건비 규제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속승진 연수 조정 등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현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운영 계획에서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강화를 언급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공공의료 확충 예산은 미미하고 건강보험 국고지원도 법정 기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들의 경영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국립대병원 11곳이 2024년 기준 총 563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충북대병원만으로도 지난해 418억 원의 적자를 내며 개원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했고, 운영자금 부족으로 1200억 원대 차입까지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평균 보수가 10개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 수준이며, 전체 직원의 72%가 6급 이하 직급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립대병원 급여표 상 8급 공무원 수준에 해당한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사무행정직, 시설·미화직 등 다양한 직종에 걸쳐 있다. 17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공동파업 대회를 개최한 후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는 정상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정부와 병원 측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2차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22일과 29일에도 추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파업이 단순한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의료재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공의 복귀로 당면한 위기는 넘겼지만, 지역·필수의료 공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