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故 오요안나 1주기에 8일째 단식 중인 모친 찾아..."실질적 해결책 없는 방문" 비판

2025.09.15
MBC 사장, 故 오요안나 1주기에 8일째 단식 중인 모친 찾아..."실질적 해결책 없는 방문" 비판

고(故)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 사망 1주기인 15일,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어머니 장연미씨를 안형준 MBC 사장이 처음 찾았다. 하지만 유족 측은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이 온 '빈손 방문'이라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농성장을 찾은 안 사장은 정책협력국장 등과 함께 약 30분간 장씨 및 연대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장씨가 MBC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안 사장은 고인의 노동자 지위 인정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성을 불인정한 상황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상캐스터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기상캐스터 계약 만료 시점인 연말 이전 결정은 곤란하며, 재계약 시기에 맞춰 시스템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비정규직 전수조사 관련해서도 '현재 조사 진행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답변에 그쳤다.

장씨는 "고용노동부 뒤에 숨어 회사가 면피하려 한다"며 "아직 회사에서 요안나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구체적인 것을 가져와야 단식을 멈출 수 있다"며 요구안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가능한 자리 마련을 요청했다.

유족과 직장갑질119, 엔딩크레딧 등 연대단체들은 "MBC가 제2의 오요안나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입장 없이 농성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진심으로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단식 중단을 바란다면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핵심 요구사항을 조속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부처의 재조사 요구와 MBC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서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의 근로자성은 인정하면서 왜 고인만 예외로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위서까지 작성한 상황에서 근로자성이 없다는 판단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성명을 통해 "오요안나 님의 사건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 권리가 배제된 수백만 불안정 노동자의 현실"이라며 "MBC는 고 오요안나 님과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정의를 외치면서 타인의 허물은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문제는 외면하는 형국"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MBC는 지난 4월 국회 과방위에서 약속한 공식 사과와 유가족 위로 등 후속 조치 약속을 더는 지연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농성장 앞에서는 이날 오전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장씨는 "오늘 아침 눈을 뜨며 '요안나야, 네가 떠난 지 벌써 1년이나 됐구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왜 넌 내 곁에 없는 거니'라고 물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공영방송 독립과 언론개혁을 논한다. 단순히 사장을 어떻게 선출하고 이사진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으로 충분할까"라며 "노동자가 노동자를 억압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구조,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배척하는 구조, 이것이 침묵에 빠지는 구조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언론개혁이 완성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오 캐스터 유족은 MBC에 △고인의 노동자성 인정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유족이 동의하는 제3기관의 MBC 비정규직·프리랜서 실태조사와 고용개선 △안형준 사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상설 추모공간을 비롯한 명예회복과 예우 조치 △합당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유족의 단식 농성장 앞에서 'MBC 고 오요안나 1주기 추모위원회' 주관으로 '차별없는 방송, 착취없는 MBC' 추모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추모문화제에서는 시민사회와 방송현장에서의 추모 발언과 추모공연 등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