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교훈 서울 강서구 구청장이 11일 마곡안전체험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고도 관리 기준 개정에 따른 김포공항 인근 지역 변화 전망과 구체적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진 구청장은 "수십 년간 반복만 해온 고도제한 완화 요구를 이제 실질적 성과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ICAO는 지난 8월 항공고도 관리 규정을 1951년 이후 약 70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 기존 획일적 적용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항공안전상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 탄력 적용이 가능한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필수 보호 구역은 철저히 관리하되 불필요한 제약은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사용되지 않는 표면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며,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구역은 개발 목적으로 해제 가능하다"는 원칙이 서문에 명시됐다. 새 기준은 2030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나, 각국은 자국 여건에 맞춰 조기 도입할 수 있다.
개정 기준이 김포공항에 적용될 경우 고도제한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활주로 중심 반경 4㎞ 구간에서 건축물 높이를 45m로 제한하고, 그 외곽 원추 구간에서는 최대 100m까지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거리별로 3단계(반경 3.35㎞ 내 45m, 5.35㎞ 내 60m, 10.75㎞ 내 90m)로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3.35~4.3㎞ 구간에서는 기존 45m에서 60m로 상향 조정되어 약 1㎞ 구간에서 최대 15m의 완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기존 비규제 지역인 5.35~10.75㎞ 구간에는 새롭게 90m 제한이 적용되어 목동, 여의도 등 고층 건축물 밀집 지역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이 비규제 지역까지 포함해 오히려 규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진 구청장은 "ICAO 기준은 강제 규범이 아닌 검토 지침이므로 각국은 항공기 운항 여건과 도시 환경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은 현행 ICAO 기준 중 외부수평표면(반경 15㎞·150m) 및 이륙상승표면(15㎞·300m)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진 구청장은 "이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면 현재 반경 15㎞를 초과하는 지역의 여의도 63빌딩이나 목동 하이페리온 같은 고층 건축물은 건설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서구는 2023년 개정안 초안 발표 직후부터 선제적 대응에 착수했다. 민관합동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기준안을 수립했다. 이후 국회 세미나를 통해 정부에 건의사항을 전달했고, 지난 6월에는 진 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직접 ICAO 본부를 방문해 조기 시행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구가 제시한 김포공항 적용 방안은 '비행 운항절차 중심' 접근법이다. 김포공항 동측(강서 방향)에는 선회접근절차가 없는 점을 고려해, 선회 보호를 전제로 한 수평표면은 배제하고 직진입계기표면 위주로 고도제한 체계를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동측 하부 기준을 45m에서 80m로 상향하고 이후 구간에는 2.5% 경사도를 적용해 안전성 확보와 과도한 제한 최소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계기절차 보호 대상이 아닌 구간은 V자 형태로 제외해 주민 생활과 지역 개발 부담을 경감했다.
현재 강서구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진행 중인 구역은 48곳에 달한다. 구는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이 향상되면 지역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 구청장은 "구가 제시한 방안에 따라 건축물 높이가 기존 45m에서 80m로 상향되면 현재 최고 15층에서 최대 25~26층까지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앞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국제기준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 국내 기준 마련을 지속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조기 시행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과 항공학적 검토를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진 구청장은 "현재보다 고도제한이 불리해지는 지역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개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한 건물 높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발전과 주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제"라며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