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경찰관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이 20명으로 확인돼 지난해 전체 수치인 22명에 근접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자살로 생을 마친 경찰관은 총 111명에 달했다. 2021년부터 연도별로 살펴보면 24명, 21명, 24명, 22명으로 지속적으로 20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들의 전문 상담 이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찰청 산하 심리 지원 기관인 마음동행센터의 이용자는 작년 기준 1만 6923명으로 집계됐으며, 총 상담 횟수는 3만 8197건에 이르렀다. 이는 2019년 대비 거의 3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전문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36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어 개인당 연간 470명의 내담자를 담당하는 과중한 업무량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재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의 정신적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대응 인력 327명에게 340차례의 심리 지원이 제공됐고, 제주항공기 사고 현장 투입 경찰관 1378명에게도 올해 3월까지 1390차례 상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발성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참사 현장 투입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완전한 회복까지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조직 내에서 상담을 받지 않은 직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며 "경찰 업무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 심리학자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위험성과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찰 직무의 특성상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