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과 함께 군국주의 상징물인 욱일기 문양이 포함된 캐릭터 상품이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공공연히 거래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6일 개인 SNS를 통해 시민들의 신고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작품의 주요 캐릭터가 착용하는 욱일기 형태의 장신구를 모방한 열쇠고리와 액세서리류가 여러 쇼핑 플랫폼에서 공개 판매 중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전 '무한열차편' 개봉 시기에도 동일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상품 유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 직접구매 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해도 역사적으로 민감한 상징물에 대한 적절한 심사와 검토 없이 상품을 유통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일본 당국의 욱일기 사용 정당화에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어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욱일기는 제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이 군사 작전에 활용했던 군기로서 침략주의와 군국주의를 대변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과거에도 국내 주요 기업이 자사 제품 홍보 광고에서 욱일기 패턴을 사용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가 있었다.
서 교수는 기업의 수익 창출 활동 자체는 정당한 경제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상품을 판매할 시장의 역사적 배경과 국민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업 윤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온라인 쇼핑몰 운영진의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지난 22일 국내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현재까지 약 449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품은 북미 지역에서도 개봉 첫날 약 4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둘러싼 우익 성향 논란은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다이쇼 시대이며,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시각적 요소들이 일본 제국주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 디자인이 대표적인 논란 요소로 꼽힌다.
제작사 측은 논란을 의식해 문제가 된 귀걸이 디자인의 선 굵기를 수정하기도 했으며, 일부 피규어 제조업체는 한국 전용 버전 상품을 별도로 출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를 두고 상반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정치적 함의와 문화 콘텐츠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문화 상품이라면 문제적 상징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