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는 고객 손 붙잡고 "제발 진정하세요" 애원했는데 성추행으로 판단됐지만

2025.09.16
화를 내는 고객 손 붙잡고 "제발 진정하세요" 애원했는데 성추행으로 판단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개혁을 둘러싼 보완수사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어떤 의미인지는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베테랑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 시절 경험한 사례들을 통해 보완수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술에 취한 여성을 도와준 남성이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당했지만, 보완수사를 통해 여성의 증언과 증거 간 불일치를 발견해 남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오히려 여성이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5성급 호텔들이 외국인 투숙객에게 렌터카를 소개해준 것을 경찰이 불법 택시 영업으로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보완수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상 합법 행위임이 밝혀져 무혐의 처분된 경우도 있다.

퇴사하며 팸플릿을 가져간 회사원이 배임 범죄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에서는, 검사가 제대로 된 보완수사를 했다면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탁소 사장이 화를 내는 여성 고객의 손을 잡고 "제발 진정하시라"고 호소한 것을 경찰이 강제추행으로 판단했지만, 변호사의 보완수사 요청으로 검사가 상황을 재검토해 무혐의 처분한 사례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99%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고 있어 새로운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가 핵심"이라며 "경찰의 비대화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현장 경찰관들은 "검찰 수사관들이 실질적인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반면, 팀장급 경찰관은 "검찰 보완수사 제도가 경찰 수사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피해자에게 진실 규명 기회를 제공한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 간 '핑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이 미비한 상태로 사건을 송치하고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로 되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음주운전 사건은 발생 후 2년 만에 기소되는 등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이 반드시 보완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기소 후 공소유지를 잘하고 입증을 잘해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완수사를 통해 검찰이 사건을 인지하거나 새로운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공소유지를 충실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할 경우 무죄율 상승과 재판 지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수사 주체와 재판 검사 간 소통 단절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범죄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검사는 수사 쟁점을 알 수 없고, 전관 변호사들이 수사 허점을 파고들면 대응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