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다"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서 유족들 오열…동료들 "은폐 압박 받았다"

2025.09.15
"너무 억울하다"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서 유족들 오열…동료들 "은폐 압박 받았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조난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34) 경사의 영결식이 15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장으로 거행되었다. 유가족과 해경 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추도식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유족들은 영결식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모친은 "너무 억울하다, 진실을 밝혀달라"며 비통해했고, 관을 운구차에 싣는 순간까지 "재석아, 죽을 아이가 아닌데 왜 여기 있느냐"며 목 놓아 울었다. 운구차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족들은 "불쌍한 내 새끼 어떡하면 좋아"라고 외치며 절망적인 심정을 드러냈다.

동기인 김대윤 경장은 추도사를 통해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는 사자성어가 재석이의 인생 좌우명이었다"며 "사람들이 영웅이라 치켜세우지만 추위와 어둠 속 바다에서 혼자 싸웠을 모습을 떠올리면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모두 비춰주는 별이 되어달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의 눈물 어린 고별사가 끝나자 참석자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영결식에 앞서 사고 당일 함께 당직을 섰던 동료 4명은 장례식장에서 충격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영흥파출소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에 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한 동료는 "유족을 보면 눈물만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으며, 주변 지인이나 동료들이 물어봐도 대답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동료들은 또한 당시 팀장이 상황실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채 이 경사를 혼자 현장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팀장은 휴식을 마치고 파출소로 돌아왔음에도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드론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서야 뒤늦게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2인 1조 출동 원칙이 무시된 채 고인이 홀로 위험한 구조작업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광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별도 입장문을 내고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으며 사실무근"이라며 "진상조사단 등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모든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반박했다. 해양경찰청 역시 "현재까지 CCTV, 무전 녹취록, 드론 영상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유족에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오상권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은 영결식에서 "2인1조 출동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배경과 고인과 연락이 끊긴 후 신속한 대응을 못 한 이유, 구조장비나 보호장비의 부족 여부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고경위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은 철저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려 15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자료 조사와 현장 점검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박건태 해양안전협회장을 단장으로 하여 경찰청, 소방본부 관계자, 법률전문가, 교수, 해양재난구조대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고인은 2021년 해양경찰에 임용된 후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톤급 경비함정을 거쳐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해왔으며, 평소 성실한 태도와 강한 책임감으로 동료들의 귀감이 되어왔다고 전해진다.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경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발견하고 혼자 출동해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주며 구조를 시도했으나, 약 1시간 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6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고인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되었으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영면에 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