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받지 않은 열악한 시설에서 한약재 녹용 절편을 불법 제조해 판매한 대규모 사건을 적발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제조업자 4명과 유통업자 37명 등 총 41명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무허가 녹용 절편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잠복 수사를 통해 녹용 원료와 주정 반입, 완성품 출고 과정을 파악한 뒤 신속한 압수수색으로 녹용 및 절편 1448㎏과 제조장비, 거래 장부를 확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 6개월간 무허가 작업장 3곳에서 총 7917㎏의 녹용 절편을 생산했다. 이 중 6429㎏에 해당하는 약 41억7000만원 상당을 전국 의약품 제조업체와 도매상 27곳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범으로 지목된 A·B씨는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비위생적 장소에 LPG 가스통, 토치, 절단기, 건조대 등을 설치해 제조 설비를 구축했다. 이들은 러시아·뉴질랜드산 녹용을 이용해 6699㎏를 제조하고 이 가운데 5824㎏를 38억5000만원에 판매했다.
또 다른 제조업자 C씨는 소재지 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의약품 제조소에서 918㎏를 만들어 3억2000만원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통업자들은 모두 무허가 제품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시중 가격보다 16~36%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해 전국 한의원과 의약품도매상 212곳에 재판매했다. 무허가 제품을 매입한 의약품 제조업체 8곳은 자사 상호가 표기된 포장재로 재포장해 마치 정상 제품인 것처럼 속여 유통시켰다.
압수수색 현장에서는 작업대 곳곳에 검은 그을음과 얼룩이 묻어있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할 주정을 계속 재사용하는 등 위생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반원들도 "악취가 심하다"며 혀를 찰 정도였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김영조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안전성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교차 감염 위험성이 있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한의원을 통해 탕약 형태로 소비자들이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무허가 녹용 절편은 제조와 품질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위험하므로 의약품 취급업체와 일반인은 반드시 규격에 맞는 한약재만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한약재 안전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해 국민 건강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