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에서 중국인 노인을 구조하다 생명을 잃은 이재석 해양경찰 경사의 소속 파출소가 당일 근무일지를 실제와 다르게 기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실이 16일 공개한 영흥파출소 근무일지에는 사고 당일 근무자 6명이 3명씩 두 조로 나뉘어 각각 3시간씩 휴게를 취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이 경사를 포함한 3명은 10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나머지 3명은 11일 새벽 1시부터 새벽 4시까지 휴게시간을 가진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증언한 동료 4명의 주장은 전혀 달랐다. 이들은 실제로는 10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휴게를 지시받았다고 밝혔으며, 이 경사의 경우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휴게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해경 내부에서는 파출소가 운영 규칙 위반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경찰청 훈령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은 3교대 근무 시 8시간당 1시간의 휴게를 허용하되, 야간에는 최대 3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당직 근무 중에는 휴게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점인 11일 새벽 2시경에는 팀장을 제외한 5명 모두가 휴게 중이었으며, 이로 인해 이 경사가 단독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드론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향한 이 경사는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주며 구조를 시도했으나 급격히 차오르는 물살에 휘말려 실종됐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실종 후 실질적인 구조장비인 동력 서프보드가 투입되기까지 약 40분이 소요됐으며, 팀장이 상급기관에 상황을 보고한 시점도 사고 발생 후 1시간 20분이 지난 새벽 3시 30분이었다. 당시 팀장은 새벽 2시 43분경 "서에 보고하고 동료들을 깨워 대응하자"고 제안했으나, 실제 보고는 47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동료 해경관들은 기자회견에서 파출소장과 해경서장으로부터 사실 은폐를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함구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파출소장이 사고 이틀 후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고 괜히 꼬투리 잡힐 만한 발언은 피하라"고 당부하는 통화 녹음까지 공개됐다.
이러한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해양경찰청은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 당직 팀장 등 관련 지휘부 3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외부 독립기관에 의한 엄정한 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해경의 자체 진상조사단 운영도 중단된 상태다. 문대림 의원은 "근무일지는 업무 개선을 위한 중요한 자료인데 이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거짓 보고"라며 "직원 안전과 직결된 만큼 더욱 엄격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