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차올라 지원 인력 필요"…갯벌 구조 나선 해경의 최후 교신

2025.09.14
"물 차올라 지원 인력 필요"…갯벌 구조 나선 해경의 최후 교신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 남성을 혼자 구조하다 순직한 해양경찰 이재석(34) 경사의 사고 당시 무전 기록과 드론 영상이 공개되며,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꽃섬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2시 7분, 야간 드론 순찰업체로부터 갯벌 고립자 발견 신고를 받은 이 경사는 단독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2분 23초 만에 현장 도착 후 오전 2시 16분 첫 교신에서 "꽃섬에 상의를 벗은 채 주저앉은 요구조자가 있어 직접 이탈시켜야 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

26분 후인 2시 42분, 이 경사는 "입수해서 접근해야 할 상황"이라며 수심을 확인했다. 지원 인력 투입 여부를 묻는 상급자에게 "물이 차오르고 있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답했지만,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며 구조에 나섰다. 팀장이 "본서에 보고하고 휴식 중인 동료를 깨워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했으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2시 56분 마지막 교신에서 이 경사는 "요구조자 발이 베어 거동 곤란하여 구명조끼를 벗어드리겠다"며 "수위가 허리 높이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후 17분간 교신이 두절됐고, 3시 14분이 돼서야 파출소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연락을 시도했다. 영상에는 이 경사가 자신의 부력조끼와 장갑까지 벗어 고립자에게 건네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드론업체가 "물이 많이 차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은 3시 9분이었고, 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으로 이동한 시점은 그 이후였다. 상급 기관에 상황이 보고된 것은 이 경사 출동 83분 만인 3시 30분이었다. 결국 이 경사는 오전 9시 41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해양경찰청 훈령 위반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순찰차에 2인 이상 탑승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영흥파출소에는 총 6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4명은 휴게시간이었고, 이 경사와 함께 당직을 서던 동료는 파출소에 남아있었다.

유족들은 "드론으로 사람이 확인됐고 구조 보고를 받았다면 지원 나가는 게 당연하다"며 "도대체 내부에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영웅 추대보다 정확한 진상과 책임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경찰청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15일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단독 출동 경위, 추가 인력 투입 지연, 상황실 보고 지연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으며, 15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중부지방해경청장 장으로 영결식을 거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