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고회장, 항소심서 징역10년에서 집행유예로 급감형

2025.09.18
박삼구 전 금고회장, 항소심서 징역10년에서 집행유예로 급감형

계열사 부당지원 및 대규모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받았던 박삼구 전 금고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대폭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징역 10년이 선고됐었다.

이번 대폭적인 형량 조정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다른 법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1심에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것과 달리, 2심에서는 형량이 무거운 특경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2015년 12월 금고터미널 등 관계사 4곳으로부터 3천300억원을 인출해 금고산업 주식 매입자금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피해 기업들의 자금이 피고인이 통제하는 금고기업의 금고산업 주식 취득자금으로 활용되긴 했으나, 자금 공급은 적절한 자산유동화 거래체계를 통해 진행됐고 상환 조건과 이자율 등 거래 여건도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급된 자금에 대해 적정 규모의 담보가 설정됐으며,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상환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고 실제로 원금과 이자 모두 완전히 상환됐다"면서 "피해 기업들의 자금을 본인 소유처럼 처리하려는 불법영득 의도를 가졌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 보유 금고터미널 지분 전체를 금고기업에 2천700억원에 매각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매각 가격은 금고터미널 주식 가치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거나, 적어도 주식 가치 대비 현저히 저가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금고터미널 주식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피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해 12월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운영권을 1천333억원에 매각한 배임 혐의 역시 "기내식 독점운영권을 저가에 양도했다고 볼 수 없으며, 계약 진행 중 게이트 그룹에 최소 순수익 보장 등 불리한 조건을 제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게이트 그룹이 독점 운영권 획득 대가로 금고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 1천600억원 상당을 무이자로 인수하도록 한 거래에 대해서는 "그룹 통제력이 강화되는 부당한 이익이 공급됐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죄 판단했다.

박 전 회장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아시아나항공 등 9개 관계사를 활용해 금고기업에 1천306억원을 무담보 저금리로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유죄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그룹에 대한 통제권이 유지되고 강화되는 부당한 이익이 공급됨과 더불어 금고기업이 유리한 경쟁 환경을 누릴 수 있는 부당한 지원이 제공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금고그룹 전직 임원들도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윤모 전 전략경영실 기획재무담당 상무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박모 전 전략경영실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받았으며, 김모 전략경영실 기획재무담당 상무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금고산업(현 금고건설)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이 부과됐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 복구를 목표로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한 특수목적회사 금고기업을 설립해 그룹 지배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고산업 지분을 취득하려 한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됐다. 2022년 8월 1심은 기소 내용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나, 박 전 회장은 2023년 1월 2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