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김건희 특검팀이 18일 오전 10시 30분경부터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당원 데이터베이스 관리회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통일교 신도들의 대규모 당원 가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달 두 차례 시도가 좌절된 이후 한 달여 만의 재추진이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통일교인의 당원 가입 여부 자료를 임의제출받기 위하여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의힘 본부뿐만 아니라 당원명부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업체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이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신도들을 무더기로 입당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2022년 11월 초순 김건희 여사가 전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권 의원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는 지원 대상이 김기현 의원으로 변경됐다는 정황도 특검팀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로 필요한가요"라고 문자를 보냈고, 전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의 교차 대조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특정 시기 입당자들과 통일교 신도들의 신상정보를 비교 분석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강력한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발송해 "당원 명부 수호를 위해 국회 경내에 계신 의원들은 속히 전원 중앙당사 1층으로 모여달라"고 집결을 요청했다. 당 총무국도 전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즉시 중앙당사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월 13일 첫 번째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의 완강한 거부로 13시간 대치 끝에 철수했다. 18일에도 국회 본관 내 주요 당직자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사가 당측의 반발로 좌절됐고, 영장 기한 만료로 재청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전날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9시간 30분간의 조사를 마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특검팀은 브리핑에서 "한 총재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구속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미 지난 16일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된 상태다. 통일교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 의원의 구속으로 법원도 해당 의혹에 대해 1차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통일교는 한학자 총재가 주창하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윤 전 본부장과 전씨는 각각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특검팀의 강제수사와 국민의힘의 저항이 또다시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당원 데이터베이스 업체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돼 수사 강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